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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스바루와 데이트, 해줄게!」
허리까지 닿는 은발. 이지적인 자감색의 눈동자.
고운 얼굴과 앳됨이 보이는 하프 엘프의 미소녀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청년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한 이후의 일.
청년──나츠키 스바루는 어두운 뒷골목에서 눈을 떴다.
「......어이어이. 어디야, 여기는!」
데이트 약속을 꿈꾸면서 들었던, 행복한 잠자리와는 한없이 동떨어진 감촉의 딱딱한 골목.
그것으로 스바루는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한다.
「모르는 장소에서 눈을 뜬다는건...
설마... 나는 또 죽은건가?!」
새파래지는 스바루. 그 배후에 펼쳐지는 어둠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전투중 대사)
스바루- "마수인가? 젠장! 마을 안에 있는거냐고! "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
「어떻게든 도망쳤지만..
『사망회귀』 했다고 해도,
나는 대체 언제 죽은거지? 게다가 여기는──」
스바루가 본 적이 없는 장소다.
『사망회귀』를 한 경우, 출발지점은 반드시 이때까지의 시간의 어딘가, 가 된다.
그러나, 아무것도 알 턱이 없는 이 상황은.
마치 다른 세계에 소환 된 것만 같은.
「잠깐 잠깐 잠깐. 나는 애초부터 이세계에 소환된 상태였다고?
그런데, 또 다시 다른 세계에 소환? 이라니 철새도 아니고 말이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스바루의 눈에 벽의 벽보가 비친다.
그곳에 쓰여있는 문자는, 겨우 기억했던 그 세계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2절
스바루는 몹시 평온한 중산층 가정 출신의 남자 고교생이다.
히키코모리 기질은 있었지만, 돌연 이세계에 소환된 이후부터는 나름대로 힘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이세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덕분이라고 말해도 된다.
제일 처음 스바루에게 손을 내밀어준 은발의 미소녀 에밀리아나,
스바루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구해준 쌍둥이 메이드, 람과 렘.
「──인데, 렘과 닮았네, 저 아이」
길의 저편에 아무리봐도 인상이 나빠보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렘의 모습을 본 스바루는,
자연스럽게 달려나갔다.
(전투중 대사)
스바루- "네네, 스톱! 그런 험악한 헌팅은 미움받는다고? "
악한- "뭐야? 너도 상납금이 목적이냐?"
스바루- "상납금? 무슨 말이냐?
나는 그저──
노력으로 일일 일선을 하는 선량한 히키코모리다!"
「아자, 완승!
오니가 이겼다고* 나!」
(*저도 정확하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니...?」
쓰러진 악한을 향해 위세좋게 외치는 스바루. 그것을 소녀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기억속의 메이드와는 꽤 어린 느낌이지만,
푸른 머리카락 때문에 기시감을 느끼는 것일까.
「저기, 구해준 답례 라는걸로
여기가 어딘지 알려줬으면 하는데───」
「너이자식! 이런 곳에 있었나!」
돌연 끼어든 노성에 놀라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이 또한 인상이 나쁜 상인풍의 남성이 서 있었다.
「상품주제에 도망치고 말이야!」
남자는 소녀의 뺨을 용서없이 후려쳤다.
「잠깐만 아저씨! 갑자기 여자아이를 때리다니
DV(도메스틱 바이올런스, 가정폭력을 비롯한 폭력행위)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도메....? 무슨 의미인지 모를 말을. 노예상인 내가 상품을 어떻게 다루든 내 마음이잖아.」
「노예라고?」
푸른 머리의 소녀는 맞은 뺨을 누른 채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꽉 깨문 분홍빛의 입술은 확실히 떨리고 있다.
「......상품이라고 말했었지. 그렇다면 내가 이 아이를 살게. 그거라면 문제 없겠지?」
「매매가 성립한다면야. 돈은 있나?」
「돈은──」
져지의 주머니를 더듬으며, 스바루는 크게 선언했다.
「천하불멸의 무일푼이다!」
3절
「일단 뭘하든지 돈이 먼저네.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도 구할 수 없고...... 」
노예상에게 내쫓긴 스바루는, 비척비척 마을 안을 떠돌고있었다.
「정말, 처음 루그니카 왕도에 소환됐을 때랑 똑같구만. 돈도 없어, 문자도 못 읽어. 다른 것은── 」
스바루를 구해준 은발의 소녀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잠깐! 은발!? 」
시야의 끝에 비친 눈부신 은색의 머리카락에,
스바루는 당황하며 발길을 돌린다.
「아야! 형씨, 부딪혔잖아! 」
「얼른 치료비 내놔! 」
「 아아 정말! 여기서도 돈이냐고! 」
(전투중 대사)
스바루- "비켜! 나는 저 아이를 쫓아가야 한다고! "
"은발에 하얀 복장. 저건, 저 아이는──! "
4절
「기다려줘── 에밀리아!」
가쁜 숨을 쉬며 뒤따라간 스바루는 상대의 어깨에 손을 뻗어, 강제로 뒤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것은 자감색의 눈동자가 아닌,
차가운 회청색의 눈동자였다.
「아.....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봤, 네요.....」
기대와는 다른 결과에 스바루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하하....나는 아무래도, 은발의 히로인에게 연이 있나봐.
아름다운 아가씨, 괜찮으시다면 이름이라도」
에밀리아와 똑같은 은발때문인지 벗어나기 힘든 인상,
스바루는 기세를 몰아 농담을 던지지만──
「그런가, 네놈이 이번의.....」
돌아온 것은 목숨을 노리는 공격이었다.
(전투중 대사)
스바루- "잠깐, 기다리라니까!
이야기를 들어줘!!"
"가볍게 말 걸어서 미안했어! 그건 사과할테니까!"
"이건 이유가 있다니까, 네가 아는 사람과──"
스노우- "...."
스바루- "아아 정말! 들어줄 생각도 없는거냐고!"
슉, 하고 공기를 베는 소리.
그것보다 수 초 늦게, 스바루는 지면에 나자빠진다.
「어라.....?」
올려다 본 앞에는 자신의 다리, 정확하게는 하체가 우뚝 서 있었다.
「긋.....아아아아아아아아!」
두 동강이 난채로 배와 몸의 중심부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히끅......악......!」
어떻게 몸부림쳐도 살아날 것 같지 않은 상황에
스바루의 의식이 암흑으로 물들기 바로 직전.
「당신이 아니었던건가. 미안하다.」
조금 후회하는 듯한 목소리가 골목 안을 울리고──
스바루는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